환경법 위반에 제동…“에버글레이즈에 구치소 지을 이유 없다”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주가 에버글레이즈 한가운데 세운 대규모 이민자 구금시설 ‘엘리게이터 알카트라즈’에 대해 미국 연방법원이 철거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시설 확장을 즉시 중단하고, 60일 내 수용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송할 것을 명령했다.

AP통신과 <마이애미헤럴드> 등에 따르면, 연방지방법원 캐슬린 윌리엄스 판사는 21일(현지시간) 예비 금지명령을 통해 “해당 시설은 법적 절차 없이 속전속결로 지어졌고, 환경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판사는 “에버글레이즈 한가운데 시설을 지어야 할 타당한 이유를 플로리다주는 끝내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명령에 따라 플로리다주는 앞으로 시설 확장을 할 수 없으며, 수용자가 모두 이송된 후에는 울타리, 조명, 발전기 등도 철거해야 한다. 다만 기존 구조물의 안전 보완이나 환경 리스크 완화 목적의 보수는 허용된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달 이 시설을 방문해 "전국 구금 인프라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환경법 무시하면 대가 따른다"…환경단체와 원주민 환영

‘엘리게이터 알카트라즈’는 플로리다 남부 오초피 지역의 훈련 공항 부지에 지난 7월부터 급히 건설되기 시작한 임시 구금시설로, 수용자 수는 현재 수백 명이지만 최대 3000명까지 수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내부는 텐트 구조물로 되어 있으며, 침대와 철제 울타리로 이루어진 열악한 환경이다.

CNN 등은 수용자들이 음식에서 벌레가 나오고 화장실이 역류해 오물이 바닥에 넘치며, 모기 떼와 무더위에 시달린다고 보도했다. 일부는 며칠씩 샤워나 약 복용 없이 지내며, 외부와 연락은 전화로만 가능하다고 증언했다.

환경단체 ‘프렌즈 오브 디 에버글레이즈’와 미코수키 부족은 이 시설이 에버글레이즈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20에이커 이상 아스팔트가 덧씌워져 멸종위기종인 플로리다 팬서의 서식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브 샘플스 ‘프렌즈 오브 디 에버글레이즈’ 대표는 “이번 판결은 에버글레이즈를 보호하겠다는 수십 년 약속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며 “환경법을 무시한 권력자들에겐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코수키 부족장 탈버트 사이프러스도 “우리는 우리의 땅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로리다, 항소 예고…2번째 구금시설도 계획 중

플로리다주와 연방 정부는 해당 판결 직후 항소 방침을 밝혔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대변인 알렉스 란프란코니는 “사기를 높이기 전까지 추방은 계속된다”고 밝혀 강경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NBC뉴스에 따르면, 디샌티스 행정부는 플로리다 북부의 주방위군 훈련소에 두 번째 구금시설 건설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해당 시설이 단순히 주정부 주도의 사업이 아니라 연방정부와의 협력 하에 진행된 것으로 판단, 연방 환경법 적용 대상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플로리다주 측이 주장한 ‘연방법 적용 불가’ 논리를 뒤엎는 판결로 평가된다.

이번 판결은 환경보호와 이민정책 사이의 균형을 놓고 미국 내에서 본격적인 논쟁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