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관련 사건 대부분이 전자담배…초등학교까지 번져

(올랜도) 최정희 기자 = 지난 10년 동안 플로리다 학교들은 전자담배 사용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탬파베이타임스>에 따르면 2019년에는 중·고등학생 4명 중 1명이 전자담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고, 2023-24학년도에는 담배 관련 학교 사건 대부분이 전자담배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주 교육청과 학군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플로리다 전역 학교에서 보고된 담배 사건은 2022년 기준 약 2만4000건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30% 늘었다.

탬파베이 지역만 살필 경우 피넬라스·패스코 카운티에서는 담배 사건 10건 중 9건 이상이 전자담배였다. 존 레그 패스코 카운티 교육감은 "믿기 어렵겠지만 초등학교에서도 전자담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반면 힐스버러 카운티는 수치가 낮게 보고됐지만, 학군 측은 기록 방식 변경으로 실제보다 적게 집계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셸 머큐어 미국폐협회 전국 국장은 "과거 청소년 흡연율은 39%에 달했지만 꾸준한 금연 운동으로 줄여왔다"며 "전자담배 확산은 그 성과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전자담배에 끌리는 이유는?

전자담배는 첨단 기술을 접목해 일부 제품에는 게임 기능까지 탑재돼 있다. 또한 열대과일·디저트·캔디 맛 등 다양한 향이 있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크기가 작고 숨기기 쉬운 점도 매력 요인이다.

그러나 위험성은 담배 못지않다고 매체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호흡 부전과 폐 손상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개리 잘츠만 미주리대 의대 교수는 "아이들은 담배가 해롭다는 건 알지만, 전자담배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매체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는 지난해 10월 아동 대상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또 주 전역 학군들은 전자담배 제조사와의 소송에서 거액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쥴(Juul)은 2023년 전국 1500개 이상 학군과 2억3500만 달러에 합의했으며, 이 가운데 플로리다 학군은 26곳이 참여했다. 올해 봄에는 플로리다 주와 7900만 달러 합의에 도달해 청소년 대상 광고를 금지당했다.

힐스버러 학군은 소송에서 310만 달러, 피넬라스는 100만 달러 가까운 보상을 받았다. 반면 패스코 학군은 참여하지 않았다.

법과 소송, 실효성은 미지수

한편 학교들은 탐지기 실험과 정책 강화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피넬라스 카운티는 지난해 4개 고등학교에 전자담배 탐지기를 시범 설치했으나 알람 지연과 청소기 증기 오작동 등으로 실효성이 낮아 추가 설치를 중단했다. 대신 학생 상담과 특정 구역 집중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힐스버러 학군은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와 동일한 위반으로 간주하는 새 규정을 도입했지만, 학생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대신 교내에서 교육적 해결책을 찾고 있다.

패스코 학군은 새로 짓는 모든 학교에 탐지기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위반 첫 적발부터 약물 인식 교육 과정을 의무화했다. 또 학생들이 직접 반(反)전자담배 캠페인을 주도하는 ‘학생 의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플로리다 전역 학군들은 전자담배 확산을 막기 위해 탐지기 설치, 교육 강화, 학생 캠페인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 해법은 결국 청소년과 학부모 모두가 위험성을 이해하고 경각심을 가지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머큐어 국장은 "니코틴과 중독의 영향을 알려주고 학생과 가족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교육·개입 모델이 효과적일 수 있다"라며 "아직 완전히 희망을 잃은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