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만 보는 기존 체계, 주민 행동에 영향 못 줘

(올랜도) 최정희 기자 = 플로리다 연구진이 1970년대 도입된 기존의 허리케인 등급 체계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분류 방식을 제안해 뉴스가 됐다.

3일 <탬파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사우스플로리다대(USF) 지질과학 교수인 제니퍼 콜린스(Jennifer Collins)는 "카테고리 6 필요하다"라며 "이 체계가 도입되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콜린스의 연구는 현재 풍속만을 기준으로 1-5등급으로 분류하는 '사피어-심프슨 허리케인 등급(Saffir-Simpson Scale)'은 폭우와 해일 등 실제 위협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새롭게 제안된 '열대저기압 위험도 척도(Tropical Cyclone Severity Scale)'는 풍속뿐 아니라 강우량과 폭풍 해일까지 반영해, 총 1~6단계로 위험을 평가한다. 실제 허리케인 피해는 바람보다 비와 해일로 인한 침수로 더 클 때가 많다.

매체는 콜린스의 연구가 열대성 저기압의 위험성을 알리는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최근의 한 가지 사례로 열대폭풍 '데비(Debby)'를 들었다며 당시 지역 상황을 환기시켰다.

2024년 8월 플로리다를 스쳐간 데비가 탬파베이 지역을 지나갔을 때, 많은 플로리다 주민들은 이를 여느 여름 폭풍우처럼 대했다. 베이쇼어 대로에는 고무 튜브가 곳곳에 설치되었고, 호기심 많은 구경꾼들이 해변으로 몰려들었으며, 운전자들은 차를 탄 채 불어난 홍수를 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곧 데비의 추악한 면모가 드러났다. 폭풍이 지나간 지 하루 만에 지역 알라피아 강은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위인 20피트 가까이 불어났다. 리티아와 리버뷰 동네의 주택이 홍수로 침수됐다. 뿐만 아니라 이 폭풍은 미국에서 17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카테고리 1 폭풍으로 강화되었지만 대형 허리케인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콜린스 교수는 "사람들은 '카테고리 3 이상만 주의하겠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런 기준이 시민들을 잘못된 판단으로 이끈다"고 지적했다.

카테고리 1등급인 허리케인 '데비'는 새 체계에서는 '카테고리 3'

콜린스 교수팀이 제안한 새로운 체계는 △풍속 △강수 △해일 각각에 15단계 점수를 매기고, 이를 종합해 16까지 최종 등급을 부여한다. 데비의 경우 풍속은 1점, 해일은 2점, 강수는 3점으로, 종합 점수는 '카테고리 3'에 해당한다.

2022년 플로리다에 상륙해 대규모 피해를 입힌 허리케인 이안(Ian)은 기존 체계상 카테고리 4였지만, 새 체계에서는 풍속 4, 강수 4, 해일 5로 평가돼 '카테고리 6'으로 분류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콜린스 교수팀은 최근 과학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해안지역 거주자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새로운 등급 체계를 접한 응답자가 기존 체계보다 위험 요소를 더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행동(모래주머니 설치, 대피 등)을 취할 가능성이 높았다.

콜린스 연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긍정적이다. 브라이언 라마르 전 국립기상청 러스킨 지부장은 "기존 체계를 완전히 없앨 필요는 없지만, 새로운 체계는 충분히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로라 마이어스 앨라배마대 리스크·보험 연구센터 책임연구원도 "이런 접근은 매우 시기적절하며, 기존 체계보다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마이어스 박사는 "숫자 하나로 위험을 판단하는 단순한 시스템은 대중에게 익숙하고 받아들여지기 쉽다"며, "풍속뿐 아니라 물의 위험까지 반영한 숫자가 오히려 더 나은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