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상인들 갈라져… “정치 아닌 휴식 공간” vs “공화당 도시의 자긍심”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거리'로 이름을 바꾸자는 제안이 미 플로리다주 로더데일바이더씨(Lauderdale-by-the-Sea)에서 지역사회의 극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플로리다 남부 해안의 작은 마을 로더데일바이더씨에서 '시그레이프 드라이브(Sea Grape Drive)'라는 도로에 '도널드 제이 트럼프 대통령 거리(President Donald J. Trump Drive)'라는 이름을 병기하자는 제안이 나오자 지역 사회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일부 주민과 상인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정치적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 마치 불길처럼 번지고 있어요. 소셜미디어에 계속 오르내립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크리스티 퍼스는 <사우스 플로리다 선 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마을은 항상 정치와는 거리가 멀고 삶의 질을 중요시해왔다"고 말했다. 퍼스는 이 지역에서 53년간 거주하며 12객실 규모의 부티크 호텔 '블루 시즈 코트야드'를 운영하고 있다.

퍼스는 "사람들은 이곳에 정치적 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는데, '트럼프'라는 이름을 도로에 걸면 관광객 절반은 돌아설 것"이라며 우려했다.

찬성 측 “공화당 도시, 마케팅 효과 기대”

반면 이 지역에서 보석과 반려견, 트럼프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다이아몬드 앤 도기즈’의 도미닉 카살레는 “우리는 확실한 공화당 도시다.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을 도로에 붙이는 건 영광”이라며 "트럼프는 지난 9개월간 많은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카살레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더 많이 소비한다"며, 오히려 트럼프 거리라는 이름이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쁜 홍보라도 결국은 홍보다. 도시를 돋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CBS 마이애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제안 배경과 정치적 의미

로더데일바이더씨는 겨울철 관광 시즌에는 약 1만명까지 인구가 늘어나는 작은 해변 마을이다. 지역 유권자 구성은 공화당 40.7%, 무당파 29.3%, 민주당 26.3%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2024년 대선에서도 이 지역 유권자 56.3%가 트럼프를 지지했으며, 이는 전체 브로워드 카운티에서 트럼프가 40.1%를 얻은 것과 대비된다.

이번 제안은 공화당 소속이자 현직 시의원인 리처드 드나폴리 의원이 제출했다. 드나폴리는 브로워드 카운티 공화당 대표를 역임한 인물로,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출마 초기부터 지지해왔다. 그는 NBC6 사우스 플로리다에 “이 제안은 정파적 의미보다는 지역사회의 일부이자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워드 카운티 공화당 위원장 크리스 마리노 역시 "이곳은 트럼프가 세 차례 큰 승리를 거둔 지역이며, 이 거리는 상징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의회, 치열한 토론 예고

트럼프 거리 명명 제안은 오는 수요일 오후 6시30분, 자비스 홀에서 열리는 로더데일바이더씨 시의회 회의에서 정식 논의될 예정이다. 시장 에드먼드 말쿤은 "정치 문제로 이렇게 많은 이메일과 전화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찬반 모두에게 발언 기회를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거리 이름 명명을 넘어, 지역 사회의 정체성과 정치적 균형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