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노선 승객 310만 명 돌파…단거리 침체·재정 압박·안전 문제는 여전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브라이트라인 고속열차가 플로리다의 두 대도시를 잇는 대체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으며 2년 만에 310만 명 이상이 탑승했다. 특히 올랜도~마이애미 구간은 장거리 이동 수요를 흡수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기존 단거리 노선은 침체를 겪고 있고, 60억 달러 규모의 민간 자금 조달 부담과 연이은 선로 사망 사고도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장거리 수요 폭발…열차 좌석 증편 추진

브라이트라인은 2023년 9월 22일, 올랜도 국제공항 터미널 C에서 첫 고속열차를 출발시켰다. 네 량의 객차를 연결한 열차는 새벽녘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이애미로 향했으며, 이날을 기념한 현장에는 버디 다이어 올랜도 시장도 참석해 "역사적인 날"이라며 환영했다.

주 교통국에 따르면 이후 올랜도~마이애미 간 377km 장거리 구간을 이용한 승객은 누적 310만 명에 이르렀다. 브라이트라인 측은 일부 노선에서 좌석이 매진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열차 편성을 증편하고 있다.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 최근 객차 30량을 추가 주문했으며, 연말까지 열차를 기존 4량에서 10량까지 늘려 수송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장거리 노선 탑승객은 약 11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7월에는 평균 요금 71달러 수준에서 16만4,590명이 탑승해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선센티널>이 전했다.

올랜도~마이애미 관광 수요 직결

브라이트라인은 기존 항공이나 자가용에 의존하던 장거리 교통수요를 흡수하며, 관광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랜도행 열차는 플로리다 남부에서 디즈니월드 등 테마파크를 찾는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고, 마이애미행 열차는 크루즈 여행과 스포츠 이벤트를 즐기려는 중부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올랜도 센티널>에 따르면, 올해 5월 올랜도에서 개장한 '에픽 유니버스(Epic Universe)' 테마파크 이후 승객 수가 급증했다. 2026년에는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FIFA 월드컵 3위 결정전을 포함해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 수요도 기대되고 있다.

'비짓 올랜도(Visit Orlando)'의 카산드라 마테이 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마이애미에 도착한 국제 관광객들이 브라이트라인을 이용해 올랜도를 찾고 있다"며 "이들은 평균 9일간 체류하고, 국내 관광객보다 2배 이상 소비한다"고 밝혔다. "호텔, 레스토랑, 지역경제 전반에 파급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단거리 노선은 '정체'…수익성 문제 떠올라

반면, 2018년부터 운행 중인 마이애미~웨스트팜비치 구간은 승객 수가 정체 상태다. <마이애미 헤럴드>에 따르면, 올해 1~7월 단거리 노선 탑승객은 전년 대비 7,232명 감소해 1% 하락했으며, 평균 요금도 하락세다.

재정 안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브라이트라인은 철도 건설 및 차량 구입 등에 60억 달러의 민간 자금을 조달했으나, 수익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S&P Global)과 피치(Fitch Ratings)는 브라이트라인의 채권을 '부정적 전망'으로 평가하고 있다.

<선센티널>에 따르면, 2024년 브라이트라인의 순손실은 약 5억5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재정 재조정 및 확장 비용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여전히 매월 수익과 승객 수가 상승하고 있으며, 연간 기준으로도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잇따른 사망 사고…안전 문제 도마 위

브라이트라인은 안전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마이애미 헤럴드>의 7월 보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브라이트라인 선로에서는 총 182명이 숨졌다. 평균 13일마다 1명이 사망한 셈으로, 미국 내 여객 철도 중 가장 높은 사망률이다.

사망자 대부분은 플로리다 남부에서 발생했으며,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아직 사망 사고가 보고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들 대부분이 자살이거나 철도 건널목에서의 무단 횡단 등 "무모한 행동"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음 목표는 '탬파 연결'…연계 교통 확장 관건

브라이트라인은 올랜도에서 탬파까지 연결하는 차기 확장 노선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최대 4억 달러를 차입해 1단계 사업을 추진하며, 이 노선은 '선샤인 코리도어(Sunshine Corridor)' 연장사업과 연계된다. 선샤인 코리도어는 올랜도 공항에서 오렌지카운티 컨벤션센터, 테마파크 지구까지 연결하는 선레일 확장 사업이다.

<올랜도 센티널>에 따르면 이 사업은 최근 2년간 600만 달러의 타당성 조사 예산을 확보했다. 마리아 트리스카리 국제드라이브 상공회의소 회장은 "브라이트라인이 주 전역을 연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통수단의 확장이 필수"라며 "탬파 연결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에는 만족…속도는 더 빨라야"

패트릭 고다드 브라이트라인 플로리다 CEO는 <올랜도 센티널>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이트라인은 올랜도~마이애미를 연결하며 플로리다의 교통과 이주 패턴까지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전 스트레스 없이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회사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속도보다는 느리다"며 "향후 더 큰 확장을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