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하려면 25달러 이상 필요"…주거비 급등으로 실질적 체감 어려워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주의 최저임금이 30일부터 시간당 14달러로 인상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인상은 2020년 주민투표로 통과된 '최저임금 단계적 인상안'의 일환이다. 당시 최저임금은 8.56달러였으며, 오는 2026년 9월까지 15달러까지 올리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팁을 받는 서비스직 종사자의 경우에도 기본 시급이 10.98달러로 올랐다.

그러나 이번 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줄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주거비·생계비 급등…임금 인상 체감 어려워

플로리다인터내셔널대학(FIU) 도시정책센터의 네드 머레이 부소장은 <마이애미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소매업, 고객 응대, 패스트푸드, 계산대 직원 등 플로리다 내 대표적인 저임금 직종 종사자들이 이번 인상의 주요 수혜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인상이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나이티드웨이 플로리다 지부의 멜리사 넬슨 대표 역시 TNS와의 대화에서 "임금이 1달러 오른다고 해서 생활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일부 가정은 이로 인해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에 달하는 복지 혜택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 증가로 복지 지원 자격이 박탈되는 이른바 '복지 절벽 현상' 때문이다.

유나이티드웨이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플로리다는 생활비 부담이 큰 주 중 하나로, 뉴욕·미시시피·루이지애나에 이어 생계 유지가 어려운 주민 비율이 높다. 보고서는 "플로리다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하려면 시급 17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MIT가 발표한 생활임금 계산 결과를 보면, 마이애미 대도시권에서 자녀 없이 혼자 사는 성인이 필요한 시급은 약 25달러, 자녀가 있는 한부모의 경우 41달러 이상이 돼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주거비가 생존 압박의 핵심 요인

마이애미 지역의 주거비 급등이 생활고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자료에 따르면, 마이애미의 원룸 평균 월세는 최근 5년간 65% 이상 올라 1,9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마이애미 주민 3명 중 1명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쓰고 있으며, 시급 14달러를 받는 노동자가 월세 부담을 50% 이하로 유지하려면 주당 약 63시간을 일해야 한다. 여기에 식비, 교통비, 보험료 등 필수 지출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은 거의 없다.

미국 정부 기준에 따르면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면 ‘주거비 과부담 가구’로 분류되며, 마이애미 대도시권에서는 약 60%가 이에 해당한다. 주거비 과부담을 피하려면 주당 10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넬슨 대표는 "많은 가정이 두세 개의 일을 병행하고 있다"며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