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언론인협회 동포언론인 50여명 참가 “객관적 조명 통해 통일 담론 넓힌다”

(서울=동포저널) 공동취재단 이석수 기자 = 전 세계 한인 언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재외 언론의 역할과 한반도의 평화, 언론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제27회 세계한인언론인대회 및 제18회 국제심포지엄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막했다.

'분단 80년, 한반도 평화와 재외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세계한인언론인협회(회장 김명곤·이하 세헌협)가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20개국 30개 도시의 한인 언론사 대표 등 50여명이 참가했다.

개막식에는 김덕룡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 총재, 김성곤 사단법인 평화 이사장, 김기만 바른언론실천연대 대표, 이상기 아시아기자협회 초대회장, 세언협 고문변호사 최재웅 법무법인 성현 대표, 김금희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사무장국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세언협 김명곤 회장은 개회사에서 “언론은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며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펜을 들어왔다”며 “이제는 분단의 상처 앞에서 화해와 통합의 언어로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류 언론이 정치적 진영 논리에 갇혀 있을 때 재외 언론은 보다 자유로운 시선으로 평화와 통일의 의제를 조명할 수 있다”며, “통일은 결국 꿈꾸는 자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김홍수 상임고문은 환영사에서 “전 세계 750만 재외동포 사회의 정체성과 뿌리를 지켜온 주역은 바로 재외 언론인들”이라며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내기 위해 모두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의 투명한 지원, 그리고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협회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매우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언론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언론이 외면한 분단과 통일 문제를 재외 언론이 다시 주목해줘서 가슴이 울렁였다”며 “언론이 민족의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 사단법인 평화 이사장은 “언론은 사회의 목탁을 넘어 민족의 목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 ‘코리아’라는 단일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판 시오니즘’”이라며 “전 세계 8,500만 한민족이 온전한 주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재외 언론이 민족의 목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기만 바른언론실천연대 대표는 “언론은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권력과 금력에 굴하지 않고 진실과 상식으로 무장한 언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974년 자유언론을 외치다 해직된 동아일보 기자 134명은 아직 복직되지 않았다”며 “해외 언론 역시 같은 신념으로 자유언론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성현 대표 최재웅 변호사는 “언론은 세상을 비추는 힘을 가졌지만, 동시에 언론인 개개인은 법적 책임과 압박으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했다. 특히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적 분쟁 과정에서 언론사가 불리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많다”며 “이럴 때일수록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세계 한인 언론인들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며 “진실을 전하고 민족의 미래를 밝히는 사명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상기 아시아인 대표는 “재외 언론은 고향과 디아스포라 사회를 잇는 통신선이자 공동체의 기록자”라며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을 연결하는 다리로서의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서는 조은별의 김백봉부채춤과 남수정 무용단의 축하 공연이 열려 한국 무용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대회 이튿날인 14일에는 인천 연수구 소재 재외동포웰컴센터에서 '제18회 세계한인언론인 국제심포지엄'이 열린다.

국제심포지엄에서는 김성곤 전 국회의원(사단법인 평화 이사장)이 '분단 80년, 한반도 평화와 재외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하고 재외언론인들이 참여해 패널토의를 진행한다.

이후 참가자들은 인천 강화, 금산, 창원·진해·마산 등지를 순회하며 각 지역의 역사·문화 현장을 탐방하고, 재외동포 관련 기관과의 협력 MOU도 체결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는 재외동포청, 전라남도 함평군, 전남관광재단,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세계한인네트워크,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세계한인무역협회 등 국내외 20여 개 기관이 후원한다.

김명곤 회장은 “전 세계 한인 언론인들이 한반도 평화 80년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며 “언론의 역할을 통해 재외동포 사회가 모국과 더욱 긴밀히 연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재외언론의 정체성과 사명을 재확인하고, 한민족 공동체의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명곤 회장 개회사 전문>

재외언론의 꿈

재외언론인 모임차 고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말 오랫만에 요즘 '케데헌'으로 핫한 관광지가 된 남산에 올랐습니다. 남산 꼭대기에는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들 모두를 껴안아 주고 싶었습니다. 자랑스런 우리 문화에 정말 가슴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들 사이에 끼어서 남산 팔각정 아래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모습은 휘황찬란했습니다.

지난 120여 년 동안 재외언론은 늘 시대의 부름에 응답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등사판으로 밀어서 조국의 독립을 외쳤고, 독재의 어둠 속에서는 연통을 돌리며 민주화의 펜을 들었습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조국을 바라보며, 때로는 더 넓은 시선으로 시대의 상처와 영광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는 늘 그렇게, 시대와 민족 앞에서 언론이 해내야 할 사명감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사명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죠. 이제는 '분단극복'이 재외언론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분단이라는 오래된 상처 앞에서, 재외언론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민사회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많은 이들이 조국을 떠났던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듯 보입니다. 세대 간의 기억은 엇갈리고, 정치적 입장의 차이는 때로 극단적인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평화를 이야기하면 종북으로, 화해를 말하면 좌파로 몰리는 시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언론이 침묵하거나, 오히려 그 갈등을 부추긴다면, 우리는 결국 분단의 골만 더 깊게 만들 뿐입니다.

한국의 주류 언론이 정치적 진영 논리에 갇혀 분단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할 때, 재외언론은 보다 자유로운 시선으로 평화와 통일의 의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재외언론은 물리적인 거리만큼 심리적인 거리도 확보하고 있어, 남북 문제를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요즘 재외언론들도 K팝, K푸드, K스포츠, 이제는 K민주주의를 자랑스럽게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는 일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자긍심이 분단의 현실을 가리고, 민족의 상처를 외면하는 대체제(代替財)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BTS도, 태양의 후예도, 손흥민도, 한강 작가도, 케데헌도 모두 자랑스러운 존재입니다. 그러나 민족의 고통과 분열을 외면한 채 성공 이야기만 반복한다면, 언론이 짊어진 시대적 사명은 가뭇없이 잊혀질 것입니다. 화려한 이야기 뒤편에 감춰진 분단의 현실, 민족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분단 80년, 남북의 교류는 사라졌고, 북핵 문제는 해법 없는 평형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통일 담론은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바뀌었고, 분단의 언어는 우리의 일상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그 속에서 재외언론은 바로 시대의 고통에 정면으로 마주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분열과 혐오의 언어가 아니라, 통합과 공감의 언어입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세대와 지역, 이념의 벽을 넘어 통섭(通涉)의 언어로 모두를 잇는 가교가 되어야 했습니다.

평화는 단순히 남북 간의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생존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후손들이 분단의 굴레에서 벗어나 살아갈 수 있도록 언론으로서 길을 밝혀야 했습니다.

이념이 아닌 상식, 진영이 아닌 보편적 가치로 무장한 인재들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재외언론의 사명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믿습니다.

재외언론은 화해의 언어를 전파하고 증폭시켜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한 페이스 메이커이자 남과 북을 잇는 피스 메이커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묻습니다. 지금, 어떤 꿈을 꾸고 계십니까?

이 질문에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을 담아 대답할 수 있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통일을 미리 가져다 맛볼 수 있습니다. 갈라진 반쪽에 대한 따뜻한 시선 속에, 용서와 화해의 틈새에 통일은 이미 와 있습니다.

결국, 통일은 결국 꿈꾸는 자의 몫이 될 것입니다. 분단의 언어가 일상화 된 지금,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뛰놀고, 표범과 새끼 염소가 나란히 눕는 세상을 꿈꿔 봅시다. 서울역에서 평양가는 기차표를 끊는 꿈을 꾸어 봅시다.

이 꿈을 이루어 가려는 재외언론, 재외언론인의 노정(路程)에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