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전문가들 "당분간 긴장... 장기적으로 협상" 예상

북한이 5일 새벽 미사일 6발을 발사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은 한층 높아졌다.

북한이 이날 새벽 4시께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대포동 2호는 35초만에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실패했다.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를 발사했으며 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를 쏘아올렸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미·일은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실패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이것이 끼치는 심리적 영향은 대단히 크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려는 벼랑끝 전술의 하나로 봤다. 이들은 당분간 긴장이 지속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문제는 긴장이 지속되는 동안 한국이 겪게 될 고통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미사일을 쏘고 시달리나 안 쏘고 시달리나 마찬가지니 차라리 발사하고 국제사회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북한은 6개월 정도 국제 사회의 압박으로 힘들겠지만 이후에 다양한 대북 정책 논의가 나오면 문제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협상책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요지부동인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도 갑론을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국제관계연구센터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협상 국면이 올 것 같다"며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을 혼내줬다는 명분을 가지고 비공식적으로 미국과 접촉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두 달 정도 강경 분위기로 가겠지만 9월쯤 되면 미 의회에서도 대북협상 분위기가 다시 조성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북한은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를 유보하는 대신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미사일 발사와 금융제재를 맞바꾼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치킨 게임에 몰린 한국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연구교수는 "결국에는 협상으로 갈 것이다, 얼마만큼 빨리 어떻게 협상 국면으로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당분간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치킨게임(겁쟁이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치킨게임이란 두 명의 경쟁자가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가 되지만 만약 어느 한 쪽도 충돌을 피하지 않으면 둘 다 죽게 되는 게임이다.

김 교수는 "대포동 2호가 실패했기 때문에 미국은 아직까지 북한 미사일의 기술적 수준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악의적 무시를 계속하면서 국제적인 제재를 추진할 것인데 북한이 그런 압력에 굴복할리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도 굴복하기보다는 긴장을 강화시킬 것이고 당분간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치킨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남북 관계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고 국내적으로 대북 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지원 제한 될 것인가?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사일을 발사하면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계속 북한에 경고해왔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한나라당 현안보고에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면 현재 진행 중인 개성공단 사업 같은 경우는 몰라도 (신규) 추가지원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쌀이나 비료 지원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료의 경우 올 들어 4월 초까지 15만t을 지원했으며 북한의 추가요청으로 20만t을 더 수송하는 작업이 이달 7일 마무리 될 예정이지만 북측은 추가로 10만t을 요청했다. 쌀 차관은 지난 4월 제18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이 50만t을 요청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국내 대북정서가 악화되면서 쌀과 비료 지원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북한과의 관계가 단절될 경우 나중에 미사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협상 국면을 주도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역대 남북관계에서 여러번 보였던 현상이다.

결국 11일부터 나흘간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장관급 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앞으로 남북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지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김태경 기자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