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바로 앞에 50억 짜리 8층 교회가 세워지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교회 바로 앞에는 건축 공사비만 50억 원 이상을 들인 8층 높이의 교회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공사를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골조가 거의 다 올라간 지금 보니까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이미 인근 아파트에서는 일조권을 이유로, 또는 답답하고 시끄럽다는 이유로 무슨 결사반대 현수막을 걸어놓고 대책위원회를 여는 모양이지만, 건축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 식구들은, 혹시나 그 큰 교회 때문에 우리 교회에 어려움은 생기지 않을까 하여 조바심을 내고, 제 눈치를 보며 목사님, 괜찮으시겠어요?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옵니다. 그리고 (예수 믿는) 사람들이 경우가 없다. 며 속상해 합니다.

저는 교회를 걱정하며, 또 자기 일처럼 속상해 하는 성도들을 보며 그들이 가진 소속감이 대견하게 느껴지지만, 짐짓 믿음 있는 목사답게(?) 타이릅니다.

"뭘 그리 걱정하십니까? 그 교회 갈 사람은 그 교회에 가고, 우리 교회 올 사람은 우리 교회에 오도록 하나님께서 보내주시겠지요, 뭐."

하지만 오늘 새벽,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본 그 교회당은 마치 무슨 성처럼 거대해 보였습니다.

'아, 크긴 크다!'

이놈(?)은(이렇게 표현함을 용서하십시오. 그냥 건물로 보니까.) 가난한 개척교회, 그것도 평수 작은 지하실에서 몇 안 되는 교인들과 함께 올망졸망 살아가는 개척교회 목사의 마음을 한순간에 압도하며 기를 죽이려 드는 것 같았고, 또 ‘남들은 이렇게 건축도 하는데, 너는 지금까지 뭐했냐?’고 저의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열등감을 건드리는 것도 같았습니다.

교회당이 커지면, 이곳을 찾아 나오는 사람들도 많아질 테고, 그만큼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이론에 불과했고, 저의 속내는 앞으로 이 교회와 더불어 같은 전도 현장에서 처절하게 경쟁해야 할 상황에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 교회는 소속 교단 특유의 적극적인 사고방식 을 갖고 있었고 그런 기치 아래 물량공세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목회 철학상, 또 신앙양심상 같은 방법으로 맞상대를 하고 싶지 않았고, 또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남의 예배당 건물 앞에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시 얼이 빠져 있다보니 문득, 목회는 보람이고, 소명이고, 즐거움이어야지, 그것이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되어버리면 안 된다. 사람은 생존이 걸린 문제에 부딪히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는 가르침을 주신 은사 목사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목회라는 거룩한 소명을 받았으면서도, 어느 틈엔가 적자생존의 법칙에 마음이 붙들려 살아남기 위한 궁리를 하는 제 자신이 우스웠습니다. 저는 그렇게 쓴웃음을 지으며 가던 걸음을 걸어갑니다. 그리고 떠오른 찬송가를 흥얼거려봅니다.

시온 성과 같은 교회
그의 영광 한없다
반석 위에 세운 교회
흔들 자가 누구랴

/ 황대연 (한가족 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