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카운티 KKK단 멤버들 소행...배후는 여전히 오리무중

(올랜도) 김명곤-강수진 기자 = 가장 큰 미 해결 흑인민권운동 폭압사건 중 하나이자 플로리다판 ‘ 미시시피 버닝’으로 불려온 무어 부부 폭사 사건의 범인이 밝혀졌다. 사건이 일어난지 반세기를 넘겨 이룩한 이같은 쾌거는 진상 조사를 끈질기게 요구해온 무어의 딸과 플로리다 법무장관의 의지가 맺은 결실이다.

1951년 12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사건의 피해자는 해리 무어(당시 46세)와 부인 헤리엇 무어 (51세)다.

범인은 1952년 지목된 용의자들

당시 전미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 (NAACP)의 플로리다 대표를 역임한 지역 지도자이자 흑인 학교 교장으로 존경 받아오던 무어의 집에 누군가 설치해 둔 3파운드의 다이너마이트의 폭발로 졸지에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에반젤린 무어는 평생에 걸쳐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애써 왔다.

그녀의 부모에 대한 사랑과 끈기와 용기에 감명받은 공화당 차기 주지사 후보 찰리 크리 스트 플로리다 법무장관은 1950년대 초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이 무어 부부 폭사 사건 재조사를 2004년말에 약속했다.

50년대와 1978년, 1991년 3차 례에 걸쳐 재조사 되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묻혀졌던 이 사건은 크리스트가 재조사를 지시한지 1년 반 만에 마침내 4명의 오랜지 카운티 KKK단 멤버들이 범 인으로 확인됐다.

찰리 크리스트는 지난 16일 밈스 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의 범인들로 얼 브룩클린, 틸먼 벨빈, 조셉 콕스, 에 드워드 스피비 등 4명의 이름을 차례차례 열거했다. 이날 기자회견 석상에 참석한 200여명의 지역 주민들과 법관계자들, 지역 지도자들은 기쁨과 함께 씁쓸함을 감 추지 못했다.

이들이 씁쓸한 감정을 갖게 된 것은, 범인들은 1952년 당시 이 사건을 조사했던 미 연방 수사국(FBI)이 지목했었던 바로 그 용의자들이었다 는 것과, 배후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새 단서가 잡히지 않는 등 수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건 당시 21세였던 에반젤린 무어는 이제 75세의 나이가 되었다. 기자회견 후 그녀는 "연방 수사국(FBI)이 1952년에 이 사건을 해결해서 범인들을 심판대에 세웠더라면 50여년의 세월동안 이렇게 고통당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 당시 사람들은 남부의 평온함을 지키기 위해 이 사건을 결말 짓지 않았다"고 회한을 표했다.

무어 부부의 이웃이였던 페니 존슨(63)은 당시 7세였던 자신이 폭발음으로 집이 흔들리면서 선반에서 떨어진 시럽병을 들고서 한참을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증언하고 "이 비극적인 범죄를 누가 저질렀는지 생전에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는데 이제라도 사실이 알려졌으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해리 무어가 설립한 전미 유색인종지 위향상협회 (NAACP) 브레바드 제 1호 지부의 일원 중 유일하게 생존하고 있는 로 사 존스(99)도 휠체어에 앉은 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녀는 천상에 있는 해리 무어 역시 진실이 밝혀지는 지금 이 순간을 고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무어 딸 "아버지가 최초 민권운동 순교자로 인정 받도록 하겠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밝혀 진 4명 모두는 수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

윈터파크 회계사였던 콕스 (당시 61세)는 용의자로 지목돼 조사받은 다음 날인 1952년 3월 30일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22구경 단총으로 자살했다.

야채상이였던 장애인 벨빈(58세)은 같은 해 8월 자연사했으며, 세멘트 트럭 운전사였던 브룩클린(40세) 또한 무어가 살해된 지 정확하게 1년 후 자연사했다.

1978년 재개된 조사에서야 용 의 선상에 오른 스피비는 회계사 콕스가 해리 무어를 죽인 대가로 KKK단으로부터 5천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리 무어는 당시 흑인 유권자 등록을 추진하고 흑인 교사들의 평등 임금을 주장했으며, 남부에서 일어났던 흑인 살해 사건의 진상 조사를 촉구해 KKK단의 미움을 사고 있었다.

이 사건의 선임 수사관인 플랭 크 배이슬러는 1980년 자연사 한 스피비가 임종 직전에 남긴 자백서를 몇번에 걸 쳐 재검토한 결과, 그가 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에반젤린 무어는 지난 17일 <선 센티널>에 "이제 내 일은 끝났고, 하나님이 범행을 저지른 KKK단원들을 심판하실 것"이라면서 "이제는 아버지가 미국 최초의 민권운동 순교자로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