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구분(區分)하기: 한홍 목사의 리더십 이론 분석 (2)

책속에 인생을 살아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길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책들을 읽는다.

그런데 책 한권만 읽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책에 제시된 길이 잘못된 길이라면 공연히 돈만 들이고 읽느라 수고한 것만 아깝지 않겠는가? 그럼, 여러 권을 읽되 한사람이 쓴 책만 읽는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방적인 외침만 듣고 가면 길을 잘못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 올바른 길을 찾으려 한다면 같은 분야에 관해서 방향이 다른 두사람 이상의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번에 나는 리더십 분야에 대하여 실감나는 경험을 했다. 지난번에 말했듯이 한홍 목사의 책을 읽고 있다. 그런데 한홍 목사의 책 말고 다른 사람의 책을 미리 읽었던게 다행이었다.

한홍 목사의 책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루즈벨트는 당시 미국에서 거의 신화와 같은 존재였다. 미 역사상 처음으로 12년간 3회 연속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그의 존재는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가히 절대적이었다." (사자, 16쪽)

여기에서 무언가 걸리는게 있었다. 나의 기억에 의하면 루즈벨트는 대통령에 네번, 즉 4회 연속 당선되었다. 헨리 블랙커비는 그의 <영적 리더십> 164 쪽에서 1944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네번 연속으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라고 썼다.

그렇다면 한홍 목사 책의 기록과 다르다. 분명 어느 한쪽은 잘못이다. 누가 틀린 것일까? 미국의 역사는 프랭크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전무후무하게 4번 당선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옥으로 여겼던 것들이 돌맹이라니...

그렇게 한번 틀린 것이 발견되자 옥이라 여기고 그냥 지나쳤던 것들 가운데 많은 부분들이 돌맹이 였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면 나는 왜 그때까지 그러한 돌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왔을까? 바로 한홍 목사에 대한 믿음이었다. 나의 믿음은 무작정의 믿음이 아니라 근거가 있는 믿음이었다. 그 근거는 다음의 네가지였다.

첫 번째는 그가 대학교에서 미국과 유럽의 현대 역사를 전공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그것을 그의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나는 신학을 하기 전에 버클리대학에서 미국과 유럽의 현대사 를 공부했다. 어렸을 적부터 역사를 남달리 좋아했던 이유는 거기에 바로 사람 사는 이야기들과 인생이 들어있고 …" (거인, 24쪽)

나는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교육기관의 권위를 인정한다. 그리고 미국대학, 특히 명문이라 불리는 대학의 학문적 권위 역시 인정한다. 더구나 버클리는 확실한 가르침을 주는 대학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두 번째는 그가 목회외에 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는 사실이다.

"매주 화요일이면 포항으로 내려가 한동대에서 미국역사, 리더십, 스피치(speech) 강의를 했는데, 하루에 비행기와 차를 5시간 이상을 타야 할 정도로 힘든 길이다." (거인, 357쪽)

한동대학에서 미국역사를 강의한 분이니 미국에 대한 말 한마디, 말 한마디가 무게를 가지고 다가왔다. 대학에서는 아무나 가르치는게 아니다. 대학강단에 선다는 사실 자체가 믿음을 준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는 박사 학위를 위하여 공부할 때의 은사 짐 브래들리(Jim Bradley) 박사 이야기를 한다.

"나의 은사이신 짐 브래들리 교수는 학자는 자기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 이상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 를 늘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알찬 내용이 없이 포장만 그럴듯하게 과시하지 말라는 따끔한 일침이었다." (칼, 172쪽).

나도 미국에서 교육을 받으며 미국인 교수들이 글쓰기에 대하여 얼마나 정확성을 강조하고 특히 근거가 되는 자료라든지 남의 말과 생각을 인용할 때 어느 정도 엄격하게 따지는지 체험으로 아는지라 한홍 목사의 글쓰기에 믿음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 쓰기에 대한 그의 다짐이다.

"그래서 남들 보기에는 쉽게 내는 것 같지만 내 나름대로는 밀도있는 내용들을 압축해서 쓰는 것이다. 한번도 대충 대충해서 책 낸 적은 없다." (거인, 404쪽)

많은 사람이 읽는 책에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공언할 정도의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는 사람을 지금껏 보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혹시 부족함이 있을지 모르니 하는 겸양을 보이면서 글을 쓰는데 비하여 한홍 목사는 달랐다. 그런 그의 당당한 태도에 믿음이 갔던 게 사실이다.

'권위'에 배신 당한 믿음

그러나 그러한 나의 믿음 들은 배신을 당했다. 먼저 시저에 대한 한홍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백전백승의 명장으로 유명했던 로마 황제 줄리어스 시저는 자신의 전쟁기를 직접 자세하게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자, 81쪽)

줄리어스 시저가 로마의 황제였나? 줄리어스 시저는 로마의 황제가 아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소개하며 (거인, 291-299) 로마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던 한홍 목사가 아니던가? 그 책을 읽었으면 분명 시저는 황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텐데, 왜 한 목사는 시저를 황제라 하고 있는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는 가운데 한홍 목사는 또 다른 실수를 한다.

"예를 들면, 로마에서는 오늘날의 국무총리에 버금가는 최고관직인 집정관을 지낸 사람도…" (사자, 292)

'버금간다'는 말은 그 다음 차례라는 말이다. 으뜸의 바로 아래가 되는 자리를 말하기도 하니 비슷하거나 동등하다는 말이 아니다.

로마시대의 집정관은 우리나라의 국무총리와 비교하여 그 다음 가는 정도의 지위가 아니며 비슷하지도 않다. 오히려 그보다 더 권한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한홍 목사의 말은 틀렸다. 그러나 이 경우는 한홍 목사가 버금간다는 말의 의미를 오해했을지 모른다. 왜? 그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미국에서 성장한 분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어 한마디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글쟁이의 자세, 특히 말 한마디에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 전달해 주어야 하는 목회자의 자세는 아니다.

그렇게 한홍 목사가 과연 단어의 뜻을 확실히 알고 썼는지 의심이 되는 대목이 많이 보인다. 몇가지 예를 더 들어 보기로 하자.

그는 일본의 요시다 쇼인이란 사람을 소개하면서 "…거기서 그는 무려 618권이나 되는 책을 섭렵하고, 일본이 서양인들의 칩입에 적응하기 위하여..." (칼, 137쪽)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적응'이라는 말은 잘못 쓰인 것이 아닐까? 이 경우에는 '적응'이 아니라 '대응'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다.

"1997년 6월에 결성된 암스테르담 협정으로 인해 유럽연합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거인, 114쪽) 라는 인용에서도 오류가 보인다. 여기서 '결성'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 말이다. '체결'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다.

또한 한글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이 가는 부분도 몇 개만 소개한다면 "가난의 근본적인 원인을 타계하기 위하여…" (칼, 22쪽)라고 썼는데, '타계'는 '타개' 를 잘 못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오호라, 통제라…"(인생으로 시를, 11쪽)에서 '통제라'는 '통재(痛哉)라'의 잘 못이다. 또 "수 십 년 간 교단을 지켜 온 반백(斑白)의 선생님들도 그러하다" (칼, 15쪽)의 경우 '반백'이란 말의 한글 뜻을 모르는지 아니면 한자(半白)를 모르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성(成)을 정복하는 것 이상으로 그 성을 지켜내기가 어렵고…" (칼, 232쪽)라는 인용에서는 한자의 사용에 대한 오류도 발견된다.

위의 지적사항 중 마지막 네가지는 한홍 목사의 잘못이 아니라 출판사의 교정 실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목사의 책들이 많게는 12쇄를 거듭하여 출판되었는데 그 정도 오류를 바로잡지 않고 있는 것은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과장된 표현, 출처 불분명한 주장들

위의 사례들 가운데 요시다 쇼인을 소개하면서 그가 읽은 책이 618권이라고 자세하게 수치를 인용하는 한홍 목사는 뜻밖에도 숫자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많은 혼돈을 주고 있다.

일본사람 이야기를 했으니 그럼 이번에는 이순신 장군에 대하여 한 목사가 쓴 글을 살펴보자.

"명량해전에서 단 12척의 배로 수백대의 왜(倭) 함대를 패퇴시킨 이순신..." (사자, 8쪽)

많은 기록들이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지휘했던 배가 13척이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적군의 배는 130여척이었다고 한다. 한홍 목사가 말한 '12척'은 '13척' 의 오식이라고 해두자. 그러면 우리가 보통 '수백'이라고 하면 몇 개를 예상하는지? 130여척을 '수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국어사전에 의하면 '수백(數百)' 이라 표현하는 경우는 백의 두서너 배가 되는 수를 말한다.

숫자를 가지고 따지면 속이 좁다고 말할지도 모르니 백보 양보하여 그런 '수백' 쯤은 그냥 넘어가자.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어떤가? '위기 대처형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한홍 목사는 윈스턴 처칠이 프랑스로부터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퇴각시킨 사건을 예로 든다.

"동시에 치밀한 전략적인 준비를 한다. 먼저 프랑스와 영국의 65만 패잔병을 도버해협을 건너 도피시킨 후, 그들을 바로 아프리카 전선 및 이탈리아로 보내, 독일과 이탈리아의 군사력을 흐트러뜨렸다." (거인, 168쪽)

여기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65만 패잔병 은 어디에서 나온 숫자일까? 역사의 기록에 '덩커크의 철수' 혹은 '덩커크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그때 도버해협을 통해 탈출한 프랑스와 영국군의 숫자가 정확히 338,226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65만명과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 숫자이다. 한홍 목사는 어디에서 65만이란 숫자를 가져왔을까? / 오세용 (전 에반스빌 침례교회 목사)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