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구분(區分)하기: 한홍 목사의 리더십 이론 분석 (6)

이렇듯, 남의 말을 옮길 때에 상황에 맞추어 적당하게 변형하는 한홍 목사의 버릇은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이런 버릇은 성경을 인용할 때에도 똑 같이 나타난다.

<구약성경 아가서에 보면 "포도원을 허무는 작은 여우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칼, 183쪽)

큰따옴표 안에 있는 말은 분명 성경에서 나오는 말이어야 한다. 그런데 성경에 "작은 여우를 조심하라"고 되어 있을까? 정확한 내용은 어떤 내용일까? 아가서 2장 15절에 나와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다른 한글 번역본을 몇 가지 살펴 보았으나 모두 다 "잡으라"고 되어있지 "조심하라"는 말은 없다. 영어성경에서도 "catch the foxes"이지 "watch"가 아니다.

여기까지 살펴본 결과, 한 목사는 남의 말, 글을 인용할 때 그냥 머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것은 다음의 경우에서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예수님도 리더십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아셨기 때문에, "만일 네가 살고자 하면 먼저 죽어야 한다" 라고 하셨다. > (거인, 234쪽)

"만일 네가 살고자 하면 먼저 죽어야 한다"는 말씀은 큰따옴표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직접인용이다. 인용부호 안에 들어있는 부분은 직접 인용된 말이기 때문에 예수님이 직접 하신 말씀이어야 한다.

물론 예수님이 직접 하신 말씀이라는 말은 우리가 당시 현장에 있지 못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성경기자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것을 예수님 말씀이라고 믿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그러면 예수님은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만일 네가 살고자 하면 먼저 죽어야 한다"고.

안타깝게도 예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는 그러한 말이 없다. 의미상 비슷한 말은 있을지언정 큰 따옴표로 인용된 부분의 말은 성경에 없다. 이게 바로 한 목사가 말씀을 경히 여기는 태도이다. 그런 모습은 다른 데에서도 볼 수 있다.

"예수님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군대라고 했지, 학교라고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사자, 33쪽)

예수님께서 교회를 그리스도의 군대라고 언제 말씀하셨나? 지금, 한목사는 성경을 새로 쓰고 있는가?

이렇게 남의 말을 경히 여기고, 성경상의 말씀조차 경히 여기는 그의 버릇은 '성경의 원리' 라는 것을 마음대로 지어내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콜린스가 도달한 결론들, "핵심은 보존하되 과감한 개혁을 하라",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잘되는 것에 집중해라", "인재를 내부에서부터 양성해라", "시간을 알려주는 것보다는 시계를 만들어 놓으라"는 성경의 원리와도 상통하는 리더십의 법칙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칼, 162-163쪽)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잘 되는 것에 집중해라"는 것이 과연 성경의 원리와 상통하는 부분인가? "인재를 내부에서부터 양성해라"는 것은 성경의 어디에서 나온 원리일까?

한 목사는 리더십 이론에 너무 많이 기울었다. 하나님과 리더십 사이에서 이제 그 구분이 희미해져 버린 것이다. 리더십에서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들이 어느 사이에 성경상의 원리로 보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하나님 말씀을 경히 여기고 마음대로 재단하던 한 목사는 드디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본 것을 묵상하고 적용한다는데 있다. 다윗은 QT(Quiet Time)를 잘하는 사람이다. 밧세바의 나체를 본 다음 묵상하기 시작했다. 묵상을 했으니 적용을 했다. 사람을 보내어 그 여자가 누군지 조사를 시켰다. 그리고 유부녀, 그것도 사랑하는 부하 장군의 아내임을 확인하고도 불러와서 함께 밤을 보냈다." (인생으로 시를, 141쪽)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목사로서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농담도 해야 할 자리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글 쓰는 자유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글을 써서는 안된다.

다윗이 정욕에 사로잡혀 밧세바를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하는 때 쓰는, 그 '묵상'이란 단어로 표현한다는 말인가? 한 목사는 묵상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묵상이란 말의 라틴어 어원을 살펴보면, 거울로 영상을 되받아 좀 더 자세히 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묵상하는 삶이란 하루 중 사물과 사람들, 자신과 하나님을 좀 더 자세히 그리고 깊이 바라보는 삶이다." (사자, 136쪽)

그랬던 그가, 밧세바의 나체를 마음속으로 그리는 것을 '묵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밧세바를 데려다 동침하는 것을 '적용' 이라고 생각하는가?

한 목사의 이 말은 QT를 희화화하고 '묵상'이란 말에 대해 오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이것은 그의 책을 읽어주는 독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QT에 대한 모독이다. 더 나아가 묵상의 대상이 되는 하나님의 말씀을 경홀히 여기는 행위이다. 정말, 한 목사는 어디까지 가고 싶은 것일까?

한 목사는 유혹에서 자신을 지키는 길을 말하면서 "성적 농담 '야한 조크'를 함부로 입에 담지 말라"(인생으로 시를, 169쪽)고 권면하고 있는데, 남에게 이런 말을 할 것 없이 한 목사는 이 말을 먼저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지키는 대신 "성공하면 무슨 말을 해도 베스트셀러가 된다" (칼, 13쪽)는 말을 한 목사는 농담이라고 말하더니 진담으로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그릇된 말을 하더라도 그의 책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대열을 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처칠의 말이 교회에서도 그대로 해당되는가 보다. 영적 지도자의 수준은 교인의 수준이라고. (다음호에 계속) / 오세용 목사 (전 에반스빌 제자침례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