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확률 백인의 1백배까지도

아시안들에게 많은 B형 간염은 여러가지 간염중에서도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 B형 간염은 만성으로 진행하여 간경화, 간암을 일으켜 사망으로 발전되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약 125만 명의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있으며, 매년 약 14만 명에서 32만 명이 새로 만성 B형 간염에 걸린다고 한다.

또 최근 연구에 따르면, 10명중 한 명 이상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만성 B형 간염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 이는 아시안들이 백인에 비해 만성 B형 간염에 걸릴 확률이 100배 가까이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간암 발병 가능성도 백인에 비해 높다.

만성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손상, 간암, 간기능 쇠약 등의 증상이 감염자의 3분의1에서 발생된다. 대부분 아시안은 출생 때나 유아기에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며, 이때 만성 B형 간염이 발병할 확률은 90%나 된다한다.

간은 '침묵의 장기' 로 대부분이 심하게 손상될 때까지 증상을 느끼지 못하므로 아시안들은 특히 B형 간염 테스트를 받아 감염되지 않은 상태라면 백신접종을 받고, 감염됐다면 정기적 진단이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간염바이러스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보다 100배나 쉽게 전염된다. 성적 접촉 혹은 약물주입, 문신, 피어싱 또는 침술 등에 사용된 오염된 바늘이나 장비의 사용, 칫솔, 면도기, 손톱깎이 등의 공유, 출생시 모체로부터 유아에게로의 전이 등에 의해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B형 간염의 주요 감염경로는
① 성 관계 (감염자와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 관계를 갖는 것)
② 주사바늘 (감염자와 주사바늘을 같이 사용하는 것)
③ 수직감염 (어머니가 감염되면 태아에게 전염되는 것) 등이다.

B형 간염바이러스는 태반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임신 기간 중에 태아가 감염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출산 전후에 산모의 혈액이나 체액에 다량 노출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태아에 감염 위험이 높다.

특히 영유아기에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 만성화율이 높아서 90%에 달하며, 성인이 되어 감염될 경우에는 만성화율이 10% 이내이다.

예방주사로 차단

B형간염은 중화항체인 표면항체(hepatitis B surface antibody; HBsAb)가 체내에 형성되어 있으면 예방이 가능하기때문에 예방주사로 이 항체를 넣어주면 B형 간염을 차단할 수 있다.

B형간염 예방백신은 대개 3차 접종(0, 1, 6개월, 또는 0, 1, 2개월)을 시행하는데, 이것을 완료하면 80% 이상에서 예방 항체가 형성된다. 예방 항체의 역가가 10 mIU/ml 이상이면 B형간염에 대해서는 거의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일률적으로 예방 항체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예방주사를 맞았어도 항체의 역가가 미흡한 경우를 저반응자라고 하며, 항체 형성이 아예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무반응자라고 한다.

무반응의 원인은 유전적 소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무반응자의 비율은 5-20% 정도로 보고 되고 있으며 저반응자나 무반응자는 다시 3회 재접종을 시행해 보는 것이 좋다. 이 경우 항체 형성율은 30-50% 정도이다.

또 B형간염 예방접종을 받고 몇 년이 지난 후에 추가 접종(부스터 booster)을 받아야 하는가의 문제는 아직 확실히 결론이 내려져 있지 않다.

특히 한국과 같이 B형 간염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많은 지역에서는 자연적인 추가 접종 효과도 꽤 있을 것이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추가 접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일부에선 보고 있다.

한국인 '보균자' 많아

한국에선 실제로 20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50% 이상 그리고 40세 이상은 70% 이상 에게서 이미 B형 간염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왔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 예방주사를 맞지 않았는데도 자연적으로 B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항체를 갖고 있는 비율이 40-50%나 된다 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또는 언제인지 모르게 B형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게 된 '보균자' 들이다.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는 간에서 계속 활발히 증식하나 간염은 발생하지 않은 평화공존 상태가 10-30년 지속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이르게 되면 몸에서 B형 간염바이러스가 적임을 깨닫고 신체의 면역 기구를 가동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간세포가 파괴되고 간염증세를 나타내는 급성 간염을 앓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시기에 잘 치료를 받으면 간염이 경미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반복적인 염증을 되풀이 할 경우 정상적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아지므로 정기적인 진단을 받아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실 B형간염의 예후는 다양하다. 보균자를 비롯한 환자들 중에는 심각한 상태를 거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보균자라는 사실조차도 모른채 천수를 다 누리는가 하면, 어떤이는 급성간염을, 그리고 환자중 일부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돼 사망한다.

B형간염 환자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빨리 간경변증으로 이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